[리쿠마사] 용오름

작성자: DOLBAK 작성일: 2026.06.07

https://youtu.be/NgKvFN6jmJ8?si=Ah802wzvph0P8mZf



“키네지마 리쿠고.”



공기보다도 어색하게 들리는 것은‘자신’의 이름이다. 한평생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불린 적이 없었음에도 원망하는 상대의 부름 안에서 일말의 다정이 느껴진다는 착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기분이 나쁠 정도로 그 감정은 미적지근하다. 그는 생물처럼 뜨거운 열의나 무생물처럼 차가운 저항도 없는. 짜증이 날 만큼 평범한‘사람’이다. 쇠가 절그럭 마찰하는 소리가 들린다. 방아쇠 위의 긴장된 손가락이 천천히 움찔거린다. 당장이라도 저 미간에 총알을 박아주고 싶어. 하지만.



“네가 있을 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다.”

“잘도 말하는군.”

“너와 나는…”



하지만. 상대의 사랑스러운 면에서는 자신의 결핍을. 증오스러운 면에서는 결함을 보게 된다. 타인을 향한 무분별한 증오는 끝없이 반사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어리석은 감정이다. 손끝이 떨려 두 손을 모아 쥐고 바르게 사격 할 자세를 취했다. 키네지마 리쿠고는 스스로도 깨닫고 있다. 결국은 그냥.



“좀 닥쳐!”

“애초에 머물 곳을 찾을 수 없는 거지.”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디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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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놈은 좀 전에 반쯤 죽었다. 주먹에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지경에 이르러 동작이 멈추나. 싶다가도 다시 휘둘렀다. 마치 서로의 뼈가 으스러져도 상관 없다는 것처럼 몇번이고 부딪혀 상처만 입히다가는. 피비린내가 나는 주먹을 치켜들어 허세로 위협했다.



“전부 다리 병신 되면 어떻게 도망갈래?”



능력 있는 싸움꾼은 아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이미 한계니까. 이게 먹히지 않으면 두들겨 맞아 죽겠지. 그래도 기백 있게 으름장을 놓은 것이 먹혔는지. 주춤거리던 녀석들은 얼굴이 다 뭉개진 놈의 다리를 끌고 허둥지둥 도망갔다. 한숨 돌리고 나면 피로가 쌓인 두 다리가 무겁다. 꺼내든 담배 끝을 버릇처럼 짓씹으며 어슬렁 걷는다. 지나가던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걷든. 늙은 노인네가 노골적으로 기침을 해대든. 조직을 위해서라도 우습게 보여서는 안 된다느니의 변명으로 그깟 예의바르게 굴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에 이제는 뭉툭해진 회의감을 느낀다.



청승맞게 굴기 이전에 누굴 그리 죽도록 패줬냐 함은 이 씨발놈의 인생이 뭣 하나 마음에 들게 굴러가는 구석이 없으니까. 등신같이 라인을 잘못 탔을지도 모르겠다. 키네지마가 속한 미야이치조가 결국은 꼬리부터 잡아먹혀 타메나가조의 산하에 들어간 것인데. 얼굴이 아작난 놈은 감히 그저 키네지마의 앞에서 미야이치의 험담을 했던 탓이고. 그보다의 문제는 그 성질 나쁜 타메나가 어르신의 옆자리를 항상 묵묵히 보좌하는 오오진이라는 인물이었다. 윗 사람이 그 정도로 좆같으시면 보통 아랫것들이 참다 못해 이빨을 보이는 법이건만. 그 인물은 텅 빈 눈동자 속에 그 아무런 야망이 없더라. 오로지 자아 없이 길러지는 애완견 처럼 훈련을 받고 그 이상의 탐욕이 없으니 이런 비정한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장기말 되시겠다. 키네지마는 바로 그런 인물에게 여러모로 취약했다. 동정심 뭐 그딴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아무렇게나 휘둘리면서도 조용한 꼴에는 화가 치민다. 저러니까 여기까지 끌려 내려와 저딴 생활이나 하고 있는 거지. 물론 남일이야 신경쓰지 않으면 그만이나 이렇게 의식하고 답답해 할 정도로‘오오진 마사’의 존재감은 키네지마의 곁을 침범해온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것에는 이골이 났다. 조직 생활이 맞지 않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달리 답할 말도 없다. 이 바닥에 굴러 들어온 인생들이 뭐 어디 그럴싸한 사연이라고 있겠냐만. 나 또한 그렇게 갈 곳이 없어 여기까지 밀려온 찌꺼기 같은 인물이긴 한데. 그렇다고 간신히 한 번 모시겠다 마음에 둔 형님 보다 윗사람이 바뀌는 경험이라고 달가울 리 없다. 물론 끽해봐야 조금 더 치장했을 분인 짐승 따위 머리에 괴물 같은 마음씨에 가축 보다 더한 몸뚱이겠지만 나도 꼴에 가리는 것은 있어서 저런 송장 같은 사냥개는 우습게 보인다 이거다. 난 저런 놈 인정 못해. 말하자면 영역을 침범당한 기분이 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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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딴 이유로?”

“고작, 그딴, 이유로!”



선택한 단어들의 나열 중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터에 사나운 송곳니를 보이며 으르렁 거렸다. 다만 이미 나는 그를 해칠 수 없다는 치명적인 패를 들켰다. 이런 태도라고 한들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았는지 놈은 무게로 내 다리를 짓눌러 일어서지도 못하도록 하면서도. 그 어떤 린치도 가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개겨댄 망아지 같은 놈을 향한 본보기 따위 없었다. 나를 모욕하려는 건지도 몰라. 치욕스러운 기분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시선을 허공으로 피한다. 거침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전에 형님께서는 나를 내보냈다. 오오진 마사의 슬하에 집어넣었다. 키네지마는 그것이 오히려 따스한 배려임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안위나 출세길 따위를 위한 값진 라인 임을 안다. 누군가는 아무리 원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끼워팔기 당하지조차 못한다는 것도 빌어먹을 정도로 잘 알고 있지만. 오오진 마사의 태도로 보아 부하들에게 손찌검 따위를 할 무자비한 인물도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나. 모두 알았으나 어쩐지 굽히지 못할 것만 같은 자존심이었다. 그저.



“네가 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앞으로 파트너다.”



그 말이 괘씸하다는 것이다. 함께 할 동행자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증오스럽다. 정말 고작 이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음에도 그 상대를 파트너라고 불러준 것은 그 나름의 호의일 것이다. 아니면 고철 새끼가 그저 명령어에 따른 대답을 도출해 낸 것일 수도 있지만. 여하간에 키네지마는 그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넘어지며 부딪혔던 머리가 그제서야 울리는 것 같았다.



“...하나 말해두지.”

“들어두고 싶군.”



키네지마가 오오진의 멱을 잡아챈다. 부릅 뜬 눈알이 뒤룩대며 굴러가다 똑바로 서로의 동공에 서로를 담는다. 첫째, 나는 너 같이 낙하산 타고 내려온 녀석을 아직 인정할 수 없다. 둘째, 어중간한 태도로 남들에게 우습게 보여지는 날엔 내가 직접 죽여버릴 거야. 셋째, 가끔은.



“가끔은 웃어.”

“이해가 안 되는군.”



징그러울 정도로 좆같은 말이 왜 튀어나왔는지는 자신도 명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철회함도 없이 계속 말을 이어간다. 키네지마는 그 말에 후련함을 느꼈다. 결국 이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걸까. 신경이 쓰였던 것은 그의 얼굴 때문일까. 왜 이런 오지랖이 나선걸까. 아무런 사이도 아닌 관계에 어째서 동정심이 피었을까.



“사람 답게 사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그의 입으로 직접 자신들의 처지를 인정한 것에 마음이 약해졌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생각했다. 하지만 갈 곳 없는 천애고아 신세끼리 만난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앞으로의 모든 것은 상극의 바람이 만나 일어나는 짙은 푸름이겠다.







完.